킹콩을 들다

킹콩을 들다
감독 박건용 (2009 / 한국)
출연 이범수, 조안, 최문경, 이윤회
상세보기

(스포일러 있습니다.)

올림픽 역도 경기 중 예기치 않은 사고로 선수를 은퇴한 이지봉은 시골 학교의 역도부 선생이 된다. 마지막 역도 시합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체 시골 학교의 급조된 역도부에서 시간 때우기 식으로 현실을 외면하려던 이지봉은 역도부에 가입한 여학생들을 마주하면서 변화되기 시작한다. 뚱뚱하다고 놀림받는 아이, 가난한 살림 때문에 어른의 보호가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 그리고 현실을 깨닫지 못한 체 엉뚱한 이유를 들며 가입한 아이 등 다양한 개성을 가진 여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이지봉은 점점 역도부 교사로서의 사명을 가지게 되고, 그녀들을 가르치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기 시작한다.

한 때 현실에 대해 비관적이었던 남자가 역도를 통해 학교에서 소외받는 여학생들과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이지봉과 그의 후배이면서 라이벌이었던 상대 교사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선과 악으로 갈리면서 갈등을 조장하는데 있다. 여학생들을 마치 자기 자식처럼 배려하던 이지봉에 반하는 캐릭터인 후배 교사의 모습은 그야말로 컴플렉스에 쩌든 사이코패스같은 모습이다. 여학생들이 자신의 스승이었던 이지봉을 찾으면 찾을수록 후배 교사는 욕설과 폭력을 휘드르며 아이들을 굴복시키려 한다. 후배 교사가 이지봉과 여학생들을 괴롭혀대는 과정이 계속되는 모습은 스크린을 쉽게 지켜보기 힘들 정도로 괴롭고 강요받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이지봉이 앓고 있던 심장병이 폭발하는 순간, 전국체전에서 보여주는 여학생들의 눈물은 감동적이기 보단 보기에 따라 짜증이 날 정도이다.

게다가 마지막 장면인 올림픽 씬에서 영자가 허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위해 무게를 늘려 바벨을 드려는 모습은 감동적인 마무리라 보기 힘들다. 심한 부상으로 선수를 그만 두고 현실에서 어려움을 겪던 이지봉이 자신이 가르친 제자가 무리를 하면서까지 바벨을 드려는 모습을 좋아했을지 의문이다. 기왕 감동을 주려면 이배영 선수가 다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넘어지는 순간 바벨을 놓치지 않았던 것처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되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마무리하는 게 더욱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ps. 영화가 끝나면 이 영화가 실제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한 것임을 보여주는 자막을 드러내는데, 굳이 각색하는 것보다 실제의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하는 것이 더욱 가치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스노우맨
영화 감상 2009/07/04 01:39
Powerd by Textcube, designed by criu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