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인 어 데이 (Life in a Day, 2011)
2011/10/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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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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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하는 '라이프 인 어 데이'를 감상했다. 2010년 7월 24일 경 있었던 자신의 일상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영화화한 작품이란 점이 눈길을 끌었고, 스콧 형제 제작 그리고 케빈 맥도널드 감독이라는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제작자와 감독의 참여로 만들어진 점 또한 영화를 보게 된 동기 중 하나였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전 세계 사람들의 유튜브 영상을 영화화한 작품이란 사실만 알고 있어서 '라이프 인 어 데이'가 칸 광고제 상영처럼 수천 편의 영상 중 20여 편 정도 엄선한 뒤 하나씩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단순한 진열이 아닌 시간 순으로 다양한 영상들을 의도에 맞게 재편집한 작품이었다. 편집을 통해 재구성된 사람들의 일상의 단면들이 흥미를 자아냈다.
영화는 새벽 12시부터 다음날 새벽에 이르는 24시간동안의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식사를 하는 과정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들을 통해 마치 동시간대의 활동처럼 느끼도록 한다. 얼핏 보면 이러한 영상들이 시각적으로 인상적이지만 그저 단순한 나열처럼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영상들을 바라보면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점심을 먹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들을 보면 인간의 육식을 위해 소를 죽이는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우리는 무심코 자연으로부터 먹을 것을 취하지만 그 속에 보이지 않는 희생이 있음을 인식토록 만든다.
'라이프 인 어 데이'는 시간 순으로 보여지는 감각적인 영상 속에서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담아낸다. 짧은 에피소드들은 단순하지만 깊은 여운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이를 깨우는 한 일본인 가장의 에피소드는 단순하지만 깊은 여운을 준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위해 향을 올리고 다시 소파에 앉아 잠을 청하는 아이의 모습인 왠지 모르게 안타깝다. 또한 암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수발하는 아버지의 셀프 카메라,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 등 일상 속에서 자신의 아픔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인간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대가족을 이끌어야 하는 한 가장의 사연이었다. 어린 딸들과 정신지체 아들 등 10여 명의 대가족을 보살피느라 일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면서도 그래도 신이 우리를 만들었으니 그가 우리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독백하는 남자의 긍정적인 답변이 인상깊었다.
한편 영화는 몇 가지 테마를 통해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들의 답변을 듣는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어 '당신의 호주머니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당신이 사랑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등의 질문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답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효과를 준다. 또한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닌 사람들의 답변들을 통해 세계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특성을 발견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사람들의 답변을 보여주는 영상들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당신의 호주머니에 무엇이 있는가'라는 답을 보여주기 위해 호주머니 속에서 람보르기니 자동차 키를 꺼내는 사람도 있는 반면, 호주머니에 동전이 있다고 말하면서 웃음짓는 가난한 구두 닦이 소년의 모습도 존재한다. 이런 대비적인 영상들을 보면 세계의 보이지 않는 빈부 격차의 어두운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또한 '당신이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영상들은 황혼 결혼식 같은 흐뭇한 영상도 있지만, 전화를 통해 할머니에게 동성연인을 고백하는 한 청년의 모습을 보면서 그에게 용기내라고 말해주고 싶은 감정을 준다.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답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인류가 갖고 있는 두려움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전쟁이나 정치 그리고 종교 등 보편적인 두려움도 있지만 혼자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는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을 고백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니 나 역시 그들의 두려움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 되어가는 시간의 흐름에 맞춰 지구인들이 겪는 두려움을 담아낸 영상들을 보니 인간의 삶이란 것이 반드시 희망만이 존재하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하루'란 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잘 말해주는 듯 싶었다. 하루의 멋진 순간을 담아내고 싶었지만 바쁜 일 때문에 결국 아무 것도 담아내지 못했다고 울먹이는 여성의 영상은 우리들의 삶이 생각처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자신은 남들과 달리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비관하지만 뭔가 달라지길 바란다는 여성의 마지막 영상은 생각치 못한 여운을 주었다. 후회와 아쉬움 그리고 비관이 담겨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도 위안과 용기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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