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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시안컵 경기에서 한국 축구팀이 보여준 기량은 함량 미달처럼 보였다. 예선 3경기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는 정말 한숨이 나올 정도 였다. 하지만 8강부터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력은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특히 단 1골도 안 내준 수비진은 합격점을 받을만 했다. 하지만 3,4위전에서 만나는 상대인 일본은 여태까지 만난 아시아 팀 중 가장 껄끄러운 상대였다. 우승 후보팀 중 유일하게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는 일본팀을 우리 대표팀을 어떻게 막아낼지 답답했다.

하지만 일본과의 3,4 위전은 그런 일본을 상대로 놀라운 수비력을 보여 주었다. 4골을 넣은 다카하라를 철저히 봉쇄하고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준 나카무라 순스케를 적절히 마크하면서 경기를 잘 이끌어 나갔다. 일본도 3,4위 전을 치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온 여독도 있었겠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조심스러운 경기를 보여주었다. 경기의 밸런스가 깨진 것은 후반 10여 분이었다. 경고를 받은 강민수가 다카하라를 막는 과정에서 퇴장을 당한 것이다. 사실 리플레이를 봐도 특별한 반칙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심판은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판정을 내렸다. 이에 항의한 핌 베어백 감독과 홍명보 코치는 오히려 심판에게 퇴장 명령을 받게 되었다. 한 명 퇴장도 모잘라 감독, 코치까지 쫓아내는 어이없는 판정이었다. 양 팀간 균형있게 벌어지던 경기는 이제 일본의 우세로 변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수비진은 정말 훌륭할 정도로 멋진 수비력을 보여 주었다. 좌우 윙백인 김치우와 오범석은 상대방의 크로스를 잘 차단했을 뿐만 아니라 최종 수비 과정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그동안 불안해 보였던 김진규는 이번 경기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 주었다.

결국 일본은 우리의 수비벽을 뚫지 못하고 연장전에 돌입하게 되었다. 연속 3번 연장전이라는 여태껏 보지 못했던 경기를 치르게 된 것이다. 3번의 연장전에다 한 명의 부족한 부분을 열심히 메꾸어 경기를 뛰던 선수들은 슬슬 체력의 한계를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선수들도 있었는데 특히 언제나 활기차 보였던 이천수 선수까지 지쳐보인 모습은 정말 안쓰러웠다. 반대로 일본은 점점 숫적 우세를 잘 활용하였다. 연장 후반 5분을 남겨두고 다카하라를 야노로 바꾸면서 반격을 꾀했다. 이 작전은 하마터면 성공할 뻔 했다. 여태껏 잘 버텼던 수비도 점점 구멍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종료 직전 일본 선수의 슛팅이 살짝 비켜 가면서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끌게 되었다. 한 명이 부족하고 게다가 그들을 지도할 감독까지 없는 상태에서도 결국 지지 않고 싸운 결과 드디어 승부차기까지 끌게 된 것이다. 승부차기는 양 팀이 서로 자랑하는 베테랑 골키퍼들의 싸움이었다. 우리팀의 이운재 선수도 중요한 승부마다 승부차기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 주었지만 일본의 가와구치 골키퍼도 호주와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승부의 향방을 예측할 수 없었다. 예상대로 승부차기는 정말 피를 말리는 싸움이었다. 양 팀의 키커 5명이 모두 승부차기를 성공한 것이다. 6번째 키커인 김치우 선수가 골을 넣은 후 일본 선수의 차례였다. 이운재 골키퍼는 마지막에 멋진 선방을 보여 주었다. 일본 선수의 슛을 반사신경으로 멋지게 막아낸 것이다. 정말 어려운 싸움의 결과는 승리라는 값진 열매로 나타난 것이다. 경기의 질을 떠나 우리 팀 선수들의 열정이 묻어난 정말 멋진 경기였다. 이런 멋진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훌륭한 승부를 보여준 모든 선수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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