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어느 날 아침부터 다음 날 새벽에 이르기까지 오틸리아와 가비타라는 두 여성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4개월 전, 3주 전 식으로 영화가 전개될 줄 알았는데 영화는 오틸리아와 가비타가 낙태수술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아침부터 사건이 해결된 새벽녘까지의 모습을 시간 순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특이하게도 한 곳을 중심으로 화면이 끊어지지 않은 체 롱테이크한 씬들이 위주이다. 한 장소를 중심으로 카메라는 이동하지 않은 체 인물들의 행동을 담아내고 있는데 최소 3분에서 10여 분 정도까지 화면이 전환되지 않은 체 인물들은 대화를 나누고 행동을 한다. 고정된 카메라의 시점으로 인물의 행동이 보여지기 때문에 지루한 감이 있는 반면 오랜 시간 동안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이 끊어지지 않은체 자연스럽게 전개되기 때문에 영화가 굉장히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가비타가 낙태수술을 받기 위해 가비타와 오틸리아, 그리고 베베가 호텔방에 있는 장면은 롱테이크의 장점이 효과적으로 발휘된다. 고정된 카메라는 정적이지만 그 정적인 화면 속에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모습은 굉장히 역동적이다. 그래서 상당한 긴장감을 유발하는데 약속된 사항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하는 베베와 애타게 그를 말리는 오틸리아와 가비타의 행동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초조하게 만든다. 영화는 또한 낙태수술의 과정을 고정된 카메라의 시야로 보여주는데 여배우가 하반신을 노출한 상태에서 남자배우가 관을 꽃는 모습은 실제로 관을 집어넣은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다.
또한 영화는 낙태 후 나온 아이의 시체를 고정된 카메라의 시점으로 보여주는데, 머리와 팔의 형체가 남아있는 핏덩어리의 시체는 충격적이었다. 너무 사실적으로 느껴져 엄연히 가짜임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에선 화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고정된 카메라는 낙태시술 같은 장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지만 인물의 복잡한 심리도 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오틸리아가 화장실에 들어가 하반신을 씻은 후 거울을 응시하는데, 쓸쓸히 거울을 응시하는 오틸리아의 모습을 오랫동안 잡음으로써 모욕당한 오틸리아에 대한 안타까움을 불어 넣는다. 오틸리아가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는 핸드헬드 기법으로 그녀를 쫓아가는데 흔들리는 카메라를 통해 오틸리아의 뒷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초조한 오틸리아의 행동과 심리를 인상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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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공산주의의 지배하에 있던 루마니아 사회의 병폐를 오틸리아의 행동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원하는 물품을 구하기 위해 암거래를 하고, 원치 않은 임신을 했을 때 제대로 된 병원에서 낙태시술 조차 받지 못하는 모습 등에서 공산주의의 병폐가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공산주의 뿐만 아니라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는 권위주의적 가치를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고발한다. 영화 속에서 임신한 가비타를 도와줄 남자는 아무도 없다. (영화 내내 가비타를 임신시킨 남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의 낙태 수술을 하는 사람은 남자인 베베이지만 그는 영화 속에서 가장 추악한 사람이다. 그는 오틸리아와 가비타에게 마치 인심을 쓴다는 듯이 말하지만 고정된 카메라로 보여주는 방에서 보여주는 그의 행동은 위압적이고 폭력적이다. 베베는 오틸리아와 가비타에게 위험부담이 커졌다는 이유로 돈을 요구하고 결국 두 여자와 관계를 나눈 후에야 낙태 수술을 진행한다. 한편, 오틸리아의 남자친구의 집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도 남성 위주의 권위주의가 드러난다. 남자친구의 어머니 생일 파티 속에서 남자 어른들은 오틸리아를 보고 훈수를 늘어놓지만 그들이 내놓는 말들은 하나같이 '우리 땐 여자들은 어른 앞에서 담배를 안 피었다' 식의 정나미 떨어지는 말들이다. 게다가 남자친구와 오틸리아가 임신에 관해 나누는 대화를 통해 무책임한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임신할 수도 있는 날에 왜 무책임하게 관계를 가졌냐고 남자친구에게 물으면서 임신하면 어떡하냐는 오틸리아의 말에 어물쩍 넘어가는 남자친구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엄연히 임신은 남녀 모두의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임신으로 인한 책임을 지는 사람들은 두 여성인 것이다.
사람들의 행동을 일거수 일투족 감시하는 공산주의 사회와 남성이 여성을 단지 부속품 식으로 생각하는 권위주의 사회 속에서 곤경에 처한 가비타를 유일하게 도와주는 사람은 같은 여성인 오틸리아이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가비타는 실수투성이 인데 그녀의 실수 덕분에 오틸리아는 영화 내내 곤경에 처한다. 가비타의 무책임한 행동 덕분에 가비타의 낙태 수술은 실패로 돌아갈 뻔하지만 오틸리아가 자기 몸을 더럽히면서까지 그녀를 도와 간신히 수술을 하게 된다. 오틸리아가 남자친구의 집을 방문하는 장면 속에서 남성들에게 모욕을 당한 오틸리아는 화가 날대로 나있지만 그 와중에도 그녀는 전화를 걸어 친구의 안부를 확인한다. 간신히 호텔방에 도착한 오틸리아는 수술 후 나온 가비타 대신 유아의 시체를 버리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닌다. 오틸리아가 껌껌한 어둠 속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피하고 버릴 장소를 찾아다니는 과정은 이 영화의 가장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겠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오틸리아를 쫓아오는 행인이나 시체를 버릴려고 할 때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개의 음성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초조함을 불러 일으킨다. 천신만고 끝에 오틸리아는 아이를 버리지만 그 장면에선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안도감보다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여성의 무력감이 느껴진다. 시체를 버리고도 몇 초 동안 그곳에 서 있는 오틸리아의 모습은 그 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는 식당에서 식사를 할 준비를 하는 가비타와 오필리아의 모습을 롱테이크로 잡은 후 그 씬을 마지막으로 끝나는데 어떻게 보면 급작스런 엔딩이다. 하지만 식당 씬에서 돋보이는 건 사건을 겪고 난 후 비밀을 간직하기로 약속한 두 여성의 모습이다. 가비타가 낙태한 아이의 시체에 대해 물어보자 오틸리아는 오늘 이후로 그 사실을 말하지 말자고 말하는데, 악몽같은 하룻날을 보내고도 그 사실을 잊은 체 살아가야 하는 두 여인의 가련한 모습을 담아내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ps.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점은 엔딩 크레딧 후 나오는 음악이었는데 영화의 우울하고 삭막한 분위기에 반해 너무 밝은 음악이어서 당황스러운 면이 있었다. (씨네큐브 ID: hange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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