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가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기 위해 감독과 배우분들이 입장했는데 모자를 쓴 빈티지(?) 스타일의 남자가 있어서 처음에는 영상자료원 관계자 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이 설경구 씨였다. 평소에 생각하던 설경구 씨는 왠지 정장 타입 아니면 잠바 차림일 줄 알았는데 젊어 보이는 옷차림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관객과의 대화 시간동안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조용하게 있는 모습이 설경구 씨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박하사탕'에 관한 소개가 있었는데 2000년 개봉을 앞두고 부산 영화제에서 영화를 인상깊게 보았다는 김영진 평론가의 소감이 인상적 이었다.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라는 영화와 동시간대에 개봉해 한 달여 동안 약 50만의 관객이 영화를 감상했다고 감독님이 직접 말씀하셨다.
- 영화의 캐스팅 비화에 관해 이창동 감독과 배우 두 분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는데, 설경구 씨의 경우 처음에는 잘 알려진 톱스타를 쓰려다가 방침을 바꿔 오디션을 통해 신인을 뽑는 과정에서 '처녀들의 저녁식사'에 단역으로 출연한 설경구 씨를 보고 그를 선택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설경구 씨의 경험담이었는데 '해피엔드'의 주진모 씨 역할과 '박하사탕'의 영호 역을 두고 고민했다고 한다. 관객들 모두 웃음바다가 되었고 이창동 감독님도 자신도 이 사실은 몰랐다고 말하셨다. 문소리 씨는 2000여 명의 지원자 중 1차 오디션부터 감독님의 주목을 받았다고 하는데 예대 진학을 앞두고 배역이 정해지지 않아서 상당히 갈등을 했다고 한다.
- '박하사탕'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정치적인 의도에 관한 질문이 있었는데, 감독님은 특별히 광주를 강조하기보다는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의 보편적인 의미를 주로 그리고자 하였다고 말씀하셨다. 광주를 언급하게 된 것도 광주를 알리겠다는 의무감보다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나 20 대의 사람들에게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구성하려고 의도하는 과정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정치성이 담긴 영화를 만들 의도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자 감독님은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정치인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대답했다.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에 관해 재미난 에피소드를 말씀해 주셨는데 시나리오를 읽어본 후 감독님이 자신의 장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사가 현실감이 없다고 강우석 감독에게 말하니 형이 수정하면 영화가 재미없다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 영화를 위해 리얼리즘을 포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감독님은 리얼리즘을 현실을 바라보는 감독의 태도로 규정하면서 순수한 코미디를 만들더라도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를 배제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 자신들이 출연한 작품을 다시 보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설경구 씨는 자신의 출연작을 DVD로 소장하고 있지만 개봉해서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기를 다시 보면 부끄럽기 때문에 출연작을 되도록이면 보지 않는다고 한다. 문소리 씨도 설경구 씨와 같은 대답을 했고 이창동 감독도 해외 영화제에서 자신의 상영작을 상영할 때 부족한 점이 많이 보여서 자신의 작품을 다시 보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 관객들의 여러 질문이 있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질문과 답변은 '영호는 왜 군인을 전역한 후 경찰이 되었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감독님은 영호가 총으로 여학생을 쏴 죽인 것은 그의 의도가 아니었지만 손에 피를 묻힌 후 자기 반성을 하던가 아니면 자신을 그대로 묵인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하셨다. 영호는 후자를 택했다고 말하면서 영호의 선택을 국민들이 전두환 정부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노태우로 대표되는 군부세력을 선거를 통해 합법화 한 과정으로 비유했다. 이러한 잘못된 선택을 통한 인간의 파멸 과정을 시간 역순으로 보여줌으로서 영화는 영호의 젊은 청년 시절에서 마무리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젊은 관객들이 앞으로 많이 남은 선택을 올바르게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의도했다는 감독의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ps. '관객과의 대화' 영상이 씨네21에 올라와 있어서 여기에 링크 해본다.
이창동, 설경구, 문소리 <박하사탕> 다시보기 현장 ①
이창동, 설경구, 문소리 <박하사탕> 다시보기 현장 ②
ps2. '관객과의 대화'가 끝난 후 많은 관객들이 사인을 받았는데 나도 설경구 님 사인과 이창동 감독님 사인을 받았다. (문소리 님 사인은 아쉽게도 받지 못했다.) 이창동 감독님에게 사인을 받는 관객분들이 굉장히 많아서 사인을 받지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초조했는데 다행히 아슬하게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관객의 이름까지 적어서 사인해주시는 감독님의 정성에 감동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