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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대규모 전투 중 하나인 적벽대전을 스크린에 옮긴 '적벽대전'은 삼국지연의의 내용을 영화적인 구성에 맞게 재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우선 영화의 시작은 유비와 손권을 토벌하기 위해 원정을 떠나는 조조의 모습과 신야에서 강하로 퇴각하는 유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하는데 연의에 묘사된 내용과는 달리 제갈량과 관우가 퇴각 행렬에 남아 유비군의 퇴각을 돕고 있다. 재구성된 퇴각전이어서 장판파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장비의 모습이 묘사되지 않은 점이 아쉬었지만 아두를 살리기 위해 용맹을 보여주는 조운의 모습과 관우를 사모(?)하는 조조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장료가 그렇게 허무하게 넘어지다니...)

사실 강하 퇴각은 적벽대전의 맥락 상 길게 다룰 필요 없이 나레이션으로도 간단히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오우삼 감독은 퇴각하는 유비군의 장수인 관우, 장비, 조운 등이 싸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물들의 개성을 부여하고 있다. 적벽대전은 엄연히 화북의 조조와 강남의 손권이 맞붙은 전투이지만 영화는 유비 진영의 인물들을 보여줌으로써 적벽 대전에 촉의 장수들이 출연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촉의 유명한 장수들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담아낸 모습이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적벽대전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제갈량의 개성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제갈량은 상대방을 세치 혀로 교묘히 농락하는 책사의 모습이 아닌 정직하고 충성심 있는 관료처럼 느껴졌다. (금성무는 '명장'의 강오양 같은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제갈량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정작 제갈량이 기지를 발휘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서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강하 퇴각 씬을 살리는 점도 좋았지만 유표의 제사를 핑계로 유비의 실태를 알아보고자 찾아온 노숙을 교묘하게 설득하는 제갈량의 모습을 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벽대전' 1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연의 속의 모습과 다른 개성을 부여한 주유의 모습이었다. 연의 속의 주유는 제갈량에 대한 시셈으로 가득찬 음흉한 속내를 가진 인물이지만 영화는 주유를 한 나라의 대도독 답게 백성의 고충을 들어주고 부하의 잘못을 용서해주는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연의에서는 제갈량이 주유를 설득하기 위해 주유의 아내인 소교를 조조가 노린다는 헛소문을 말해 주유를 분노하게 만드는 데 반해, 영화는 제갈량과 주유가 서로 금을 튕기면서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있는데 스스로 전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주체적인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삼국지연의는 촉한정통론을 토대로 쓰여진 역사소설이기 때문에 제갈량을 높히기 위해 주유의 모습이 과소 평가된 점이 있는데, 양조위가 연기한 주유는 앞에서 언급한 점처럼 연의와 다르게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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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우삼 표 영화답게 영화 속에서 비둘기가 꽤 많이 등장한 점이 특징이다. 오우삼의 비둘기 사랑(?)을 이 영화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ps2. 개인적으로 조조가 정말 고생한 전투는 적벽대전이 아닌 관도대전이라고 생각한다. 연의 속에선 적벽대전을 조조의 비참한 패배로 그리고 있지만 그 후에도 조조의 세력이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을 보면 조조에게 그다지 치명타는 아니었을 것 같다. 반면 관도대전의 경우 강력한 원소의 군대 때문에 몇 번이나 퇴각을 고려했던 것을 보면 조조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관도대전이라고 본다.

ps3. 방학철이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이 영화의 관심이 높아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사람 없기로 유명(?)한 랜드시네마에 관객이 거의 꽉찬 걸 본 게 오랫만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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