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죽음 (Death of a president,2006)
감독: 가브리엘 레인지
배우: 헨드 아요브, 브라이언 볼랜드 외
우연히 저렴하게 얻은 전용 영화 예매권 덕분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맥스무비에 들어가 표를 예매하려고 보니 날짜가 오늘만 있는 것이었다. 이러다 예매권 써보지도 못하고 영화가 막 내릴까봐 저녁 상영시간이 있는 서울 근처 극장을 뒤져보니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부천에 있는 더잼이라는 극장만 8시 30분 시간표가 있어서 표를 예매하고 부천에 가서 영화를 감상하였다. (지금 맥스무비에서 예매 검색해보니 영화 목록에서 사라졌다. ㅋㅋㅋ 하마터면 예매권 날릴 뻔 했다.)
부천은 예전에 K리그 볼려고 부천종합운동장에 간 적이 있었지만 영화 때문에 부천에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도 양천구에서 부천은 먼 편은 아니어서 찾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더잼이라는 극장도 부천역 북부광장 쪽으로 나오니 바로 극장이 보였다. 극장 입구를 찾아 들어가 보니 아직 1층은 상가 입주가 안되었는지 다소 썰렁한 분위기였다. 극장이 5층에 있어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들어가보니 안은 겉과는 달리 멀티플렉스 극장처럼 외형을 잘 배치해놓았다. 수요일 저녁이라서 그런지 사람은 거의 없었다. 표를 끊고 상영관이 6층이어서 올라가니 관객이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시간은 20분 정도 여유가 있었는데 아무도 상영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그동안 PMP로 상영관을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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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체가 워낙 마이너한 영화여서 그런지 상영관은 씨네큐브 2관 정도의 크기의 작은 상영관이었다. 그래도 상영관 좌석이나 스크린, 음향시설은 잘 갖추어져 보이는 상영관이었다. 좌석은 커플좌석이었는데 뭐 사람이 나 밖에 없으니 등받이 없이 다리를 쩍벌리면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극장주 입장에서는 나같은 놈은 정말 싫어하겠지만 나 입장에서는 마치 상영관을 전세낸 느낌이 들어서 약간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영화 시작 직전 한 커플 두 분이 안으로 들어오시기는 하더라.)
쓰다보니 막상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구나. 이제부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이 영화가 극장에 다시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실 의향이 있으신 분은 여기서부터 스포일러를 남발하겠으니 스킵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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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있는 포스터처럼 이 영화는 부시 대통령이 2007년 암살을 당한다는 가정에서 시작하는 영화이다. 하지만 이 암살이라는 소재는 부시를 죽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초반 영화가 시작되면서 아랍여성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암살범에게 묻고 싶다면서 부시를 죽여서 나중에 발생할 후환은 생각해보지 않았냐고 오히려 암살범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쯤되면 슬슬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어, 이거 부시 깔려고 만든 영화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깔려고 만든 영화 맞다. 근데 이 암살이 부시를 죽여서 평화주의 달성하자 이런 식의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부터 영화를 하나하나 서술해가면서 감상평을 써보고자 한다.
영화의 초반부는 부시 대통령이 어떻게 암살을 당했는가에 대한 내용을 묘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실제 시카고 방문 일정을 담은 장면과 시위대가 부시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비난하면서 시위하는 장면을 결합하면서 암살을 당한 날의 살벌한 풍경을 보여준다. 여기에 백악관 담당자, 취재기자, 경찰청장, 경호실장 등의 인터뷰(물론 실제 담당자가 아니라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다.)가 들어가면서 마치 암살이 실제 있었던 것 처럼 그 때(?)의 일을 묘사한다. 초반부에 나오는 부시 대통령은 '화씨 9.11'처럼 어리버리한 모습이 아니다. 화씨 9.11에서 마이클 무어가 부시를 테러 소식을 듣고 그림책을 본 체 어찌할줄 모르는 약간 어리버리한 모습으로 보여주었다면 대통령의 죽음은 그래도 대통령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북한을 언급하면서 무력도 행사하겠다는 연설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한반도에 있는 사람들을 존경한다는 식의 침에 바른 연설을 해대지만 그것을 노골적으로 비꼬지는 않는다. 오히려 대통령 주변의 인물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시위대의 말도 듣겠다는 대범하다는 인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반부만 보면 부시 대통령이 암살당했다는 소재에 비하면 전형적인 다큐멘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진정한 메시지는 중반부 이후부터 드러난다. 부시 대통령이 암살당하자 FBI는 CCTV를 통해 용의자를 찾아낸다. 처음에는 백인 과격 시위자를 용의자로 삼지만 과격한 포스터 이외에 증거가 없어 풀려나고 다시 용의자를 찾아내는데 이라크전에 참전한 재향 군인인 흑인을 용의자로 삼는다. 하지만 증거가 부족해 그도 용의자 선에서 제외하면서 CCTV를 분석하다가 드디어 암살자를 찾아낸다. FBI는 아랍인 계열의 직원을 찾아내고 그가 몇 년 전 아프가니스탄에 갔다 왔서 군사훈련을 받았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한편 그가 시리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내자 부시 대통령 대신 대통령을 이어받은 체니 대통령은 시리아가 테러의 주축국이라고 선언한다. 시리아는 성명을 내면서 결백을 증명하려고 하지만 체니는 평소에 눈엣가시였던 시리아 총리를 테러 계획자로 지정하면서 무력침공도 불사하겠다는 성명을 낸다.
이쯤되면 이 내용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일 것이다. 그렇다. 영화에서의 부시의 암살 후 미국의 대처는 9.11 테러 후 미국이 보여준 강경적인 침략정책과 유사하다. 9.11 테러 후 빈라덴을 테러범으로 지적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지정하면서 눈엣가시였던 후세인을 없앴듯이 이 영화에서도 부시의 암살을 이유로 시리아를 악의 축으로 지정한다. 결국 부시의 암살이라는 소재는 9.11 테러 후 보여주는 미국의 강경책에 대한 고도의 비판이다. 9.11테러나 대통령의 암살이나 둘 다 있어서는 안 될이다. 하지만 두 가지 사건에서 보여주는 미국의 대처는 근거없는 또 다른 테러인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9.11 테러 이후 이슬람 출신 미국 거주인에 대한 강압적인 조사나 비합리적인 대처를 보여준다. 부시 암살 후 범인 수색 과정에서 단지 예맨인이라는 이유로 범인으로 삼는 모습이라든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시리아인 용의자가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갔다가 훈련을 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용의자로 만들려고 충분치 않은 증거를 내세우는 장면은 9.11 이후 미국이 보여준 태도를 유사하게 보여준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결국 암살범의 정체가 밝혀진다. 용의자로 구속되었던 흑인이 구속되어 있는 동안 이라크 전 참전 군인이었던 그의 아버지가 유서를 남긴 채 권총자살을 한다. 유서를 흑인이 읽으면서 진실이 드러나는데 사실은 그의 아버지가 이라크 전에서 전사한 아들로 인해 부시에 대한 배신감을 느낀 나머지 그를 암살한 것이다. 이라크 전에 참전한 흑인의 진술을 통해 이 영화는 이라크 전에 참여한 군인들의 자괴감을 보여준다. 이라크를 해방시키는 것이 목적인 줄 알았지만 이라크에서는 아무도 그들을 환영하지 않았고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는 그의 진술은 씁슬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영화는 초반부가 약간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비교적 신선하면서도 훌륭했다. 부시의 암살이라는 소재라서 무슨 내용인지 기대했었는데 9.11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었다는 점이 비교적 만족스러웠던 영화였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지막에 흑인의 아버지가 어떻게 부시 대통령의 일정을 알았는지에 대해 내부 배신자가 있다는 식의 내용만 서술될 뿐이어서 아쉬운 감이 있었다. 아마도 9.11이 부시 행정부가 조작했다는 음모론 처럼 표현하기를 꺼려해서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편으로는 미국의 영화적 소재의 자유로움이 부러웠다. 기사를 읽어보니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암살의 위협을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개봉해서 영화가 상영이 된다는 점은 미국 민주주의의 장점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때 그 사람들>이 일부분이 잘린 채 상영이 된 점을 보더라도 아직까지 이런 표현의 자유는 누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이런 신선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ps.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큰절을 올린 비교적 소신파라는 한 의원이 생각났다. 아직도 독재자 주변의 세력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높은가. 현직 대통령이 암살당했다는 이런 내용의 영화도 개봉되는 미국과 비교되는 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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