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The Mirror, Ayneh, 1997)
맥스무비에서 영화표 끊으면 주는 VOD 시청 쿠폰이 있어서 <거울>을 감상했다. 이 영화의 감독이 <오프사이드>의 감독이라는 것이 이 영화를 감상하게 된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한 소녀를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학교가 끝나자 모든 아이들이 일제히 교문을 빠져 나온다. 그 가운데 깁스를 한 소녀만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그녀를 데려다주던 어머니가 오지 않았던 것이다. 소녀는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선생님은 그녀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다. 결국 어떤 남자의 오토바이를 타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소녀는 이제 스스로 집을 찾아가려고 버스를 타면서 해프닝을 겪는다. 소녀가 버스를 타는 동안 <오프사이드>에서 거론되었던 이란의 여성 차별 문제가 여기저기 드러난다. 소녀가 버스를 탈 때 남성칸, 여성칸으로 나뉘어 있다든지 버스에 탄 주변 여성들의 대화를 통해 남성종속적인 이란의 여성문제를 드러낸다.
버스가 종점에 도착하자 소녀는 종점이 자신이 찾는 집 방향이 아닌 것을 알고 울먹인다. 이를 본 기사 아저씨는 그녀를 다른 버스의 기사에게 부탁하고 소녀는 그 버스를 탈려고 한다. 하지만 버스를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의 예전 버스에 있는 안내양과 같은) 남자 직원이 사정을 모르고 소녀를 내리게 한다. 결국 버스에서 내린 소녀는 애처롭게 거리를 바라보는데 이 때 떠났던 버스가 멈추더니 그녀를 내리게 했던 직원이 사정을 알고 그녀를 다시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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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소녀는 갑자기 화가 나서 그런지 깁스를 풀고 옷을 벗으면서 더 이상 영화를 안 찍다는 폭탄 발언을 한다. 순간 카메라 필름의 색이 바뀌면서 카메라가 버스 건너편에 있는 영화스탭들을 비춘다. 스탭과 감독은 당황하면서 버스에서 내린 그녀를 설득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소녀는 막무가내이다. 영화의 촬영을 두고 고심하던 감독은 소녀의 옷에 고정시킨 마이크가 아직 그대로 있다는 것을 알고 소녀를 그냥 보내주고 촬영은 그녀를 추적하는 형식으로 찍기로 한다. 종전까지 약간 픽션성이 있었다면 이제는 실제로 소녀가 자신을 집을 찾아가는 과정을 추적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다시 필름의 색깔이 본래의 색으로 돌아오면서 소녀가 자신의 집을 찾는 과정을 멀리서 바라보는 형식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소녀는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길을 물으면서 길을 찾으려고 하고 택시를 불러 타는 등 소녀의 야무진 모습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소녀가 택시를 타면서 마이크에서 들려오는 택시기사와 한 여인의 대화인데 가정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들려온다. 택시기사는 여성의 가사부담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여인은 남편도 가사부담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이런 이란의 여성차별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 것을 보면 어쩌면 여기까지의 진행도 감독이 의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일상생활 속에서 남녀차별 문제가 이란 사람들에게 의도하지 않아도 나오는 자연스러운 문제여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결국 소녀는 집을 찾아가고 스탭은 그녀의 집에 가서 그녀를 설득하려고 하지만 화가 나 있는 소녀는 슬그머니 문을 닫으면서 영화가 끝나게 된다. 이란 영화의 리얼리티한 면이 살아 있으면서 이야기가 두 개의 이야기로 갈리면서도 하나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 신선했던 영화였다. 그리고 <오프사이드>에서 거론되었던 여성차별에 관한 심각한 내용을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느낌이 제법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불만(?)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남성의 목소리로 잠깐 나오는 축구 중계 내용이다. 이 축구 중계 내용이 다름아닌 예전 우리나라가 이란에게 참패를 당한 6:2의 축구 중계이다. 크게 화날껀 없지만 아무래도 조금 불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도 어쩔수 없는 한국 사람이니까. 그나저나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우리나라가 우승 좀 해봐야 할텐데. 이번에는 반드시 이란의 콧대를 꺾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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