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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반란
감독 코바야시 마사키 (1967 / 일본)
출연 미후네 도시로,카토 고,에하라 타츠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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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마사키의 '사무라이 반란'이 기대된 이유는 미후네 도시로와 나카타이 다쓰야가 등장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요짐보'와 '쓰바키 산주로'에서 라이벌로 등장한 두 배우의 대결을 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점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부풀게 만들었다. 영화는 '요짐보'같은 오락적인 재미를 기대하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인간의 의지를 보이는 미후네 도시로의 연기가 일품이었다. 특히 권력자의 부당한 명령도 하늘같이 받아들여야 했던 약자의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강렬한 자유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영화였다.

미후네 도시로가 연기한 이사부로는 '요짐보'나 '쓰바키 산주로'에서 보이던 반체제적이고 무법자같은 모습이 아닌 체제에 순응하는 충직한 호위무사의 모습을 보인다. 중신들의 명령으로 칼을 시험하는 데 불려나가는 처지에 불평하는 다테와키와 달리 느긋한 태도로 애써 불편함을 감추는 듯한 자세는 그의 신중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0년 동안 호위무사로 일하며 장남 요고로에게 자신의 임무를 물려주려던 이사부로는 자식이 참한 여인과 결혼해 손자를 키우는 걸 꿈꾼다. 하지만 그의 소원은 번주의 부당한 명령에 의해 박살나고 만다. 번주 마쓰다이라의 집사가 찾아와 번주의 측실 이치를 요고로의 아내로 삼을 것을 명령한 것이다. 눈을 감았다 상대방을 응시하는 집사의 눈빛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권력의 힘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사부로가 이치를 며느리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그녀가 영주의 뺨을 때린 죄로 성에서 쫓겨났다는 소문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당시 남자가 대를 잇는다는 명분으로 첩을 두고, 이를 질투하는 여인을 단정치 못하다 하여 집에서 쫓아내는 것을 당연시 여기던 남성 중심의 신분제 사회에서 이런 소문의 주인공을 달갑게 여길리가 없다. 그러나 이사부로는 번주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 가문을 풍비박산낼 수 있는 반역행위나 다름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결국 아버지를 위해 장남 요고로는 이치를 아내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치란 여인은 입소문과 달리 조신한 자세로 요고로에게 헌신한다. 금슬좋은 부부의 연을 지켜본 이사부로는 흐뭇해하면서도 저토록 얌전한 여인이 영주의 뺨을 때렸는지 의아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아들의 말을 통해 이사부로는 그녀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알게 된다. 영화는 여성의 입장에서 권력자의 첩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비극적인 것인지 드러낸다. 번주의 자식을 낳기 위한 목적으로 측실로 선택된 이치는 이를 거부하려 하지만 번주의 권력에 굴복한 남성들은 오히려 그녀를 성으로 보내려 한다. 결국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 이치는 자식을 낳았지만 그녀의 임무가 끝나자 또 다른 측실을 데려온 군주의 행동에 격분하게 된 것이다. 그녀의 숨겨진 사연을 알게 된 이사부로는 시아버지로서 그녀를 더욱 아끼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이치가 이사부로 가족으로 들어온 지 2년 되는 때, 또 다른 딜레마가 이사부로에게 찾아온다. 번주의 첫째 아들이 죽자 이치가 낳은 키쿠치요가 번주의 후계자로 결정된다. 번주의 신하는 그의 어머니가 성에 있어야 명분에 선다는 명목으로 이치를 다시 성으로 돌려보내라고 명령한다. 한 여인을 소유물처럼 여기며 다시 내노라 명령하는 번주의 명을 받은 이사부로는 점점 권력의 횡포에 분노하게 된다. 한 수 물려가며 뒤로 퇴각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칼을 쓴다는 이사부로의 검법처럼 번주의 부당한 횡포에 참아가던 이사부로는 결국 명을 거역하고 아들 요고로와 함께 싸우기로 결심한다.

'사무라이 반란'이 인상적인 점은 부당한 명령이라도 그것이 어쩔 수 없음을 알고 받아들이는 운명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그것에 저항하려고 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20년동안 호위무사로 살아오면서 체재에 순응하던 이사부로가 이치를 계기로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홀로 맞서려고 하는 모습은 무모하고 어리석어 보이지만 진심으로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려는 한 인간의 모습은 강렬하게 느껴진다. 이치를 지키기 위해 체재에 저항하기로 결심한 순간 '처음으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이사부로의 말을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를 드러낸다. 비록 부당한 권력에 저항한 대가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지만, 인간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하는 휴머니즘적인 가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한 무사의 저항은 비극을 초월하는 감동을 전달한다.

영화의 후반부 장면에서 보여지는 이사부로와 다테와키의 결투는 '쓰바키 산주로'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결투를 재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서로 칼을 마주하고 싸우고 싶지 않지만 각자의 목적을 위해 싸울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두 사람의 딜레마는 '사무라이 반란'에서도 보여진다. 특히 '사무라이 반란'은 상대방에 대한 진심어린 안타까움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결투의 잔인함과 씁쓸함이 보다 강렬하게 느껴진다. 손녀 토미에게 밥을 먹이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애정을 보이는 이사부로의 모습, 그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경계 담당자로서 적을 도망치게 할 수 없다는 원칙을 준수하려 하는 다테와키의 딜레마가 겹쳐진 결투는 고요한 들판에서 벌어지는 적막함만큼 쓸쓸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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