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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라

저자
이도준 지음
출판사
황소북스 | 2012-05-29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평범한 것에 자신만의 이름표를 붙여라!유능한 창조자는 모방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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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라'라는 도서를 알게 된 계기는 위드블로그 캠페인이었다. '훔쳐라'라는 책이 흥미를 불러온 이유는 바로 제목 때문이었다. 부정적인 의미가 강한 '훔치다'란 동사를 명령형으로 강조하는 제목을 보니 과연 저자가 무엇을 주장하는지 궁금해졌다. 


저자는 피카소의 명언인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에서 '훔쳐라'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원초적인 의미의 훔치기가 아닌 기존에 등장한 요소들을 통해 자신만의 창의성을 결합해 자기 것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익스페어가 아서 브룩의 '로메우스와 줄리에트의 비극적 역사'라는 서사시를 각색해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명작을 만든 사례처럼 저자는 위대한 인물들이 행한 모방과 창조를 참고할 것을 유도한다. 


'훔쳐라'는 대표적인 자기계발서인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처럼 자신이 주장하는 법칙을 제시하고 그 법칙을 행함으로써 성공한 인물들의 사례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결국 저자가 주장하는 '훔쳐라'란 의미는 바로 책의 사례로 제시된 성공담이란 무형자산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란 의미에 가깝다. 약 20여 개의 챕터와 성공 사례들은 비교적 읽기 쉬우며 '이 사람을 훔쳐라'란 코너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알지 못했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게 되어 흥미를 준다. 


아쉬운 점은 비교적 단순한 주장으로 이루어진 챕터가 특출난 비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여서 저자의 주장이 크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훔쳐라'란 제목을 두고 어떻게 훔쳐라란 제목으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책의 제목이 훔쳐라보다는 모방하라로 느껴진다. 독자의 호기심을 위해 약간 자극적인 제목을 쓴 것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부감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Posted by 스노우맨
워 호스 - 6점
마이클 모퍼고 지음, 김민석 옮김/풀빛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원작이란 사실 때문에 읽어 봤는데, 몇 가지 설정만 제외하면 영화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영화가 말의 여정 속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들을 묵묵히 바라본다는 느낌이 강한데, 소설은 일인칭 시점으로 말의 내면을 묘사하는 특징을 보인다. 소설의 경우 말의 내면을 통해 이야기를 서술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쉬운 감이 있는데, 영화만큼의 묵직한 감동은 주지 못한다. 


그리고 몇몇 에피소드들이 다른 특징이 있는데, 앨버트의 아버지가 영화에서는 전쟁의 상처로 고통받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데 반해 소설은 가난 때문에 술을 위로로 삼는 아버지의 모습을 묘사한다. 미묘한 차이일지 모르지만 전쟁의 비극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맞게 각색한 영화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또한 조이와 앨버트가 극적으로 재회한 장면 역시 소설과 다른 특성을 보인다. 소설은 영국군으로 참전한 앨버트가 부대로 돌아온 말을 씻기다 우연히 조이를 발견하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영화는 독성 가스로 눈을 다친 앨버트가 조이와 교감하는 장면을 통해 말과 소년의 재회를 감동적으로 묘사한다.


무엇보다 결말은 영화가 훨씬 마음에 든다. 전쟁에서 살아 돌아와 어떻게 살았다라는 식으로 끝나는 소설의 결말은 밋밋한 감이 없지 않은데, 영화는 노을진 집으로 되돌아온 아들이 아버지와 뜨거운 재회를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상처를 보듬는 부자간의 따뜻한 가족애 그리고 온갖 고난을 끝내고 되돌아온 조이의 마지막 모습 만으로도 영화 '워 호스'가 칭찬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스노우맨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 8점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검은숲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는 한 백화점 안에서 벌어진 기묘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합병 건을 두고 백화점의 주인인 프렌치 일가의 아파트에서 주주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동안, 전시실의 벽침대 시연회에서 프렌치 부인의 시체가 발견된다. 경감 리처드 퀸과 그의 아들 엘러리 퀸이 사건의 조사를 하면서 기묘한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한다. 


엘러리 퀸의 수사 방식은 셜록 홈즈처럼 비교적 논리적이고 철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왜 시체가 이 곳에 있고 어째서 시연회 시간에 맞춰 발견되도록 만들었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되는 엘러리 퀸의 추리 방식은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단서들을 발견하고 그 단서를 토대로 삼아 사건의 윤곽을 그려나가는 과정이 '프랑스 파우더 미스테리'의 묘미이다. 사건의 트릭은 참신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남들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 사건 현장을 유심히 살펴보는 엘러리 퀸의 꼼꼼한 수사가 사건의 숨겨진 내막을 밝혀내는 점이 흥미롭다.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의 특징은 관객에게 도전의 형식을 빌어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를 독자에게 추론토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은 각 인물들의 알리바이를 소개한 뒤 '막간의 도전'이라는 챕터를 통해 진실을 앞두고 독자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특징을 보인다. 범인을 밝혀내는 방식 역시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건의 관계자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엘리리 퀸의 논리적인 사건 설명을 통해 독자들은 살인사건의 진상을 이해하면서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란 호기심에 빠져들게 된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면서 엘러리 퀸은 논리를 통해 용의자를 하나씩 줄여간다. 먼저 범인의 성별을 밝혀 소거한 뒤 몇 가지 세부사항에 부합되지 않는 인물들을 하나씩 제외시켜 가는 그의 추론 방식은 자연히 하나씩 지워가는 차분함 속에서 더욱 긴장감을 부여한다.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엘러리 퀸의 추론방식이 지루한 감이 있지만 그가 제시한 조건에 부합하는 용의자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운 결말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ps. 제목이 왜 '프랑스 파우더 미스테리'일까라고 생각했는데 살인사건이 일어난 백화점 이름이 프렌치 백화점이란 점 그리고 범인이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지문가루를 사용했기 때문에 파우더를 붙여 '프랑스 파우더 미스테리'가 된 것 같다. 전작인 '로마 모자 미스테리' 역시 극장 이름이 로마였고 사건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 요소가 모자였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였던 것을 생각하면 '프랑스 파우더 미스테리'도 그런 연유로 제목이 정해졌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쨌든 엘러리 퀸의 초기작들은 국가 이름을 앞에 두고 사건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소재를 제목에 사용하는 특성을 보이는 것 같다.

Posted by 스노우맨


유리 열쇠

저자
대실 해밋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12-01-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하드보일드의 거장 대실 해밋의 장편소설!폭력과 속임수로 가득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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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열쇠'는 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대실 해밋의 작품들과 달리 암흑가 보스의 2인자 격인 인물을 등장시킨다는 점이 특징이다. 얼핏 보면 전혀 다른 특징을 지닌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한 살인 사건을 계기로 추악한 인간들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 대립적인 권력 관계를 가진 인물들 사이를 오가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통찰력을 보여주는 점 등에서 '유리 열쇠'는 대실 해밋의 소설의 매력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헨리 의원과 손을 잡은 폴 매드빅은 의원의 딸 재닛 헨리에게 청혼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의 의동생이자 2인자인 네드 보몬트는 헨리와의 결탁을 반대한다. 쓸모가 없어지면 버려질지 모르는 권력의 비정함을 이유로 헨리를 경계하지만 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와의 결속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길거리에서 헨리의 아들 테일러의 시체를 발견한 네드는 그가 죽기 전 채무 관계로 비니란 인물과 갈등을 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네드는 오랫만에 도박으로 벌어들인 돈을 버니에게서 받아가야 한다는 명목으로 그를 추적한다. 


자신의 돈을 떼먹은 남자를 추적한다는 이유로 시작한 그의 수사는 얼핏 보면 충동적이고 무대책한 행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후 보여지는 네드의 모습은 대실 해밋 작품의 탐정 캐릭터들처럼 냉철하고 남들보다 한 수 앞서 내다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신 몰래 계책을 꾸미는 섀드란 인물에게 분노한 폴 매드빅은 그의 돈줄인 술집 영업을 중지시켜 그를 파멸시키려 한다. 하지만 네드는 궁지에 몰린 섀드가 폴에게 반기를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두 사람의 갈등은 결국 주먹다짐을 벌이게 되고, 네드는 뉴욕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섀드는 두 사람의 갈등을 이용해 네드를 포섭하려 하지만, 네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용해 섀드의 목적을 알아내려 한다. 이처럼 네드의 모습은 그 당시에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 상황이 지난 후 그의 설명에 의해 모든 것이 의도된 것임을 드러낸다. 그의 냉소적이면서도 침착함을 잃지않는 모습은 '몰타의 매'의 샘 스페이드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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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노우맨



데인 가의 저주

저자
대실 해밋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12-01-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하드보일드의 거장 대실 해밋의 장편소설!저주받은 집안의 비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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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인 가의 저주'는 대실 해밋의 소설 중 독특한 특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도시의 어두운 뒷골목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통해 인간의 추악한 이면을 드러내는 그의 작품들과 달리 '데인 가의 저주'는 한 여성을 두고 일련의 살인사건이 계속되는 구성을 통해 미스테리 소설의 느낌을 주는 점이 흥미로웠다. 


보험회사의 의뢰를 받은 탐정 '나'는 사라진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레게트 박사의 집을 방문한다. 주인공은 레게트 가족에게서 보이지 않는 위화감을 발견한다. 특히 레게트의 딸 가브리엘의 모습은 보통 인간과는 다른 외모와 성격을 지니고 있어 마치 악마적인 존재를 연상토록 한다. 귓볼이 없고 귀가 뾰족하다는 가브리엘의 인물 묘사는 뒤에 이어질 그녀에 관련된 사건들의 비극을 암시하는 듯한 기분이다. 


일전에 알게 된 작가 오웬 피츠스테판과 함께 레게트 가에 관해 수사하게 된 '나'는 레게트 가족에게 벌어진 참상을 목격하게 된다. 레게트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고백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뒤 돌연 가브리엘이 레게트 부인을 용의자로 지목하면서 살인현장은 혼돈에 빠져 버린다. 통찰력이 뛰어난 주인공의 심문을 받은 레게트 부인은 광기를 일으키며 죄를 고백하고 그녀를 고발한 가브리엘의 과거를 폭로한다. 이처럼 광기와 저주로 가득찬 다이아몬드 사건은 결국 레게트 부인의 죽음으로 끝나며 마무리된다. 


다이아몬드 사건이 마무리된 후 이대로 끝날 것 같았던 이야기는 또 다른 사건을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뒤바뀐다. 사이비 종교 사원에 수용된 가브리엘을 호위해달라는 변호사의 의뢰를 받은 '나'는 다시 가브리엘과 조우하게 된다. 약에 취해 누워있는 가브리엘을 지키고 있던 주인공은 잠시 잠들은 사이 그녀가 사라진 것을 깨닫게 된다. 가브리엘의 약혼자 에릭 콜린슨과 함께 그녀를 찾던 주인공은 몽유병에 걸린 듯 칼을 쥔 가브리엘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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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노우맨
붉은 수확 - 8점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황금가지


대실 해밋이란 작가는 영화 '몰타의 매'의 작가로 알고 있었지만, 정작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황금가지에서 출판한 대실 해밋 전집을 읽으면서 대실 해밋이란 작가의 독특한 경력이 호기심을 자아냈다. 핑커튼 탐정사무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드보일드 장르 소설의 대표작들을 쓴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대실 해밋의 첫 장편인 '붉은 수확'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요짐보'를 절로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갱스터들의 파벌들이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잇는 퍼슨빌이란 도시에 나타난 한 탐정이 양측을 오가며 치밀한 계책을 통해 서로 파멸하도록 만드는 모습이 '요짐보'의 주인공 산주로가 연상되었다. 


한편 퍼슨빌이 갱스터들의 도시가 된 연유는 미국의 어두운 이면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듯 했다. 광산 소유주인  일라이휴 윌슨이 노조 운동을 막기 위해 경찰과 용역을 동원해 그들을 탄압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힘을 갖게 된 갱스터들이 노인이 갖고 있던 권력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자본가와 경찰 권력 그리고 갱스터들로 이루어진 퍼슨빌의 모습은 도시의 또 다른 이름 '포이즌빌'처럼 오염되고 타락한 느낌이 든다. 


'붉은 수확'의 매력은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갱스터들 무리들 속에서 어떤 회유나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주인공의 냉철한 행동과 번뜩거리는 판단력이다. 예를 들어 경찰서장 누넌과 갱스터 맥스 틸러의 악연을 알게 된 주인공은 동생의 복수를 갚으려는 누넌을 이용해 맥스를 공격하면서 동시에 다른 갱스터들을 자극해 누넌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서로에 대한 반감과 증오를 이끌어내지만 주인공 자신은 그 사이에서 빠져나와 다음 수를 생각해낸다. 퍼슨빌 속에서 활약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마치 전망대에 올라 서로 싸우는 사무라이들을 바라보는 산주로같은 느낌을 준다.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인 '나'란 인물이 피 한방울조차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냉철함을 가졌지만 동시에 자신의 계책으로 인해 피바다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책하는 인간적인 면을 보인다는 점이다. 퍼슨빌의 또 다른 이름인 '포이즌빌'이 가지는 의미처럼 자신을 살인이란 독에 중독시키고 말았다고 자책하는 주인공의 고백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붉은 수확'의 탐정이 벌인 갱스터 소탕작전이 결국 탐욕스런 자본가 일라이휴 윌슨을 도와준 꼴이 된 점이었다. 퍼슨빌을 갱스터들의 소굴로 만들어놓은 장본인 일라이휴 윌슨을 심판하기 보다는 그가 원하는 평화의 길을 제시하는 한계를 보인다. 어떤 세력에도 굴하지 않는 냉철함을 가졌지만 고용인의 요구에 따라야 하는 탐정의 한계가 느껴져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감투를 통해 회유하는 일라이휴의 제안을 딱잘라 거절하는 쿨한 모습에서 주인공의 신념이 느껴졌다. 

Posted by 스노우맨
황혼의들판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필립 리브 (부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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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인도시 연대기의 마지막 이야기인 '황혼의 들판'을 읽었다. '악마의 무기' 이후 오랫만에 후속작을 읽어서 조금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마지막 작품답게 이야기의 마무리를 감동있게 묘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황혼의 들판'은 '악마의 무기' 이후 6개월 뒤를 다루고 있다. 스토커 안나 팽이 사라진 뒤 그린 스톰은 나가 장군의 통치 하에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나가 장군의 아내가 된 닥터 제로는 그를 설득해 견인도시들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무기를 통해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인물들의 탐욕은 잠시나마 진정 되어가는 세계에 위기를 불러 일으킨다. 헤스터에게 버림받은 피쉬케익에 의해 부활한 스토커 팽은 고대 무기인 '오딘'을 찾아내 파괴를 통해 자신이 꿈꾸던 녹색 세상을 만들어내려 한다. 

한편 헤스터와 이별한 톰은 서서히 자신의 미래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 세상 구경을 통해 딸인 렌에게 지혜를 전수하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목격한 한 여성은 그에게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메두사란 고대 무기에 의해 멸망한 런던에서 홀로 살아 남았다고 믿고 있었던 톰은 자신의 선배였던 클라이티 포츠를 발견한 것이다. 그녀의 행적을 조사하던 톰은 우연히 야심찬 젊은이 볼프 코볼트의 제안을 통해 멸망된 도시 런던을 찾아간다.

흉물이 되어버린 런던의 유적을 찾아낸 톰은 런던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력을 통해 부상하는 새로운 도시 '뉴런던'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고향이 새롭게 탄생한다는 사실을 목격한 톰은 옛 향수를 떠올리며 도시 재건에 협력한다. 하지만 그 곳에서 신기술을 발견한 볼프는 자신의 위성도시 해로우배로우를 이끌고 런던을 침략하기로 결심한다. 

거대한 종말의 기운 속에서 자신의 믿음과 사랑을 위해 적과 싸우는 인간들의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한 때 사랑하는 위논 제로를 의심했지만 그녀의 진심을 이해하게 된 후 약한 자를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나가 장군, 파란만장한 모험 후 드디어 사랑하는 사이가 된 젊은 렌과 테오의 만남 그리고 이별 이후 정을 주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끝내 사랑하는 존재를 찾아가게 된 헤스터의 모험이 감동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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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노우맨

고양이를안고코끼리와헤엄치다오가와요코장편소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오가와 요코 (현대문학,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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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블로그 캠페인을 통해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란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이 끌렸던 이유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 그리고 '약지의 표본' 등으로 알려진 작가 오가와 요코의 신작이란 점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독특한 제목 때문이었다.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라는 제목이 뭔가 아리송하면서도 환상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어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어보고 나서야 제목이 가진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는 '리틀 알레힌'이라 불리게 될 한 소년의 일생을 담은 소설이다. 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입술이 붙어있는 상태로 태어난다. 인위적으로 붙어있는 입술을 벌어내고 상처입은 부분을 이식받은 후 소년은 말없는 아이가 되어 성장한다. 소년은 한정된 공간에 갇혀버린 두 존재를 상상하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몸집이 커져버려 옥상에서 나올 수 없게 된 코끼리 인디라 그리고 벽에 갇혀 죽었다는 소문을 가진 미라란 소녀와 대화를 나누는 소년의 행동은 얼핏 자폐증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후에 만나게 될 '마스터'란 존재를 통해 소년은 왜 한정된 공간에 갇힌 존재에 호감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게 된다.

어느 날 버스 안에 거주하는 한 뚱뚱한 남자를 만난 소년은 그로부터 체스란 게임에 대해 알게 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대해 불편함과 초조함을 가지고 있던 소년에게 '서두르지 마라'란 자상한 말로 타이르는 마스터의 말은 그에게 평생의 경구로 남게 된다. 인디라, 미라 그리고 마스터는 한정된 공간에 갇히게 되었지만 이에 여의치 않고 살아간 존재들이다. 그래서 소년은 자신과 같은 상황 속에서 살아간 존재들에 대해 호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소년은 버스 안에서 고양이 '폰'을 쓰다듬으며 체스란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경험을 만끽한다. 책의 제목인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란 제목은 바로 소년이 체스를 두면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문구인 것이다. 흥미롭게도 책에 의하면 체스의 '비숍'이란 것도 아랍어의 코끼리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일지 몰라도 소년은 체스를 두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아간다. 체스판 위에서 시를 그리듯 상대방과 주고받는 체스 시합의 흐름을 묘사한 작가의 필체는 체스를 모르는 독자들도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듯이 소년의 삶에도 인생의 전환점이 될 비극이 찾아오게 된다. 이후 소년은 성장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보다 커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던 소년에게 독특한 제안이 찾아오면서 그의 일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자동인형 '리틀 알레힌' 속으로 들어가 체스를 두는 것을 제의받은 소년은 인형 속으로 들어가 체스를 두며 살아간다. 해저 체스 클럽에서 리틀 알레힌으로 활동하는 동안, 소년은 상상 속으로 그려왔던 미라의 존재를 발견한다. 자신이 상상하던 소녀의 실체를 발견한 듯한 투명한 외형을 지닌 소녀는 소년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준다. 하지만 소년은 해저 체스 클럽에서 체스를 두면서 체스의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들을 목격한다. 욕망과 탐욕으로 가득찬 상대방들의 체스를 마주한 소년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다시 방황한다.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체스를 통해 보여지는 소년의 삶이 비단 특수한 소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살아가다보니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고 만 현대인들의 모습과 달리 '서두르지 마라'란 마스터의 말을 명심하며 체스란 바다의 흐름에 맡겨 살아가는 소년의 일생이 깊은 인상을 안겨주었다. 결코 두드러지는 삶은 아니었지만 '비숍의 기적'이란 이름의 기보를 남긴 소년의 삶에 대해선 경탄의 감정을 일으켰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아 순수한 열정을 뿜어낸 소년의 삶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Posted by 스노우맨
오파더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이사카 고타로 (북홀릭,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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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파더'는 한 고등학생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네 아버지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풀어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소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바로 주인공의 아버지가 모두 네 명이란 점이다. 네 명의 남자 중 한 명에 의해 유키오가 태어났을 테지만, 네 남자는 이상하게도 자신이 유키오의 아버지임을 강조하면서도 친자확인을 하기를 거부한다. 더욱이 유키오의 어머니 토모요는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부분이 극히 드물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그래서인지 네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은 일종의 대체가족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각자 개성을 가진 네 명의 아버지가 유키오를 위해 애정을 보이는 모습들은 흥미를 이끌어낸다. 도박을 좋아하는 타카, 항상 문고본을 읽으며 사색하는 사토루, 여자들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데는 천재적인 아오이 그리고 단단한 체격을 가진 중학교 교사 이사오 등 네 남자가 유키오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아들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서로 아버지라고 주장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기이한 네 남자의 우정이 인상적이다. 

한편 유키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은 여러가지 궁금중을 자아내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현의원 선거를 앞두고 시라이시와 아카바네 후보가 유세를 펼치는 동안, 유키오는 도그레이스 경기장에서 아카바네의 변호사의 가방이 뒤바뀌는 상황을 목격한다. 그 후 그 가방에 얽힌 인물들의 죽음을 알게 되면서 정치 유세를 펼치는 두 후보의 어두운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유키오에게 도움을 청하는 마스지의 무책임한 행동은 사건을 더욱 걷잡을 수 없게 만든다. 결국 톤다바야시의 의뢰를 실행하지 못하게 된 마스지 덕분에 유키오와 네 아버지는 위험에 처할 상황에 놓인다. 여기에 더해 야구부원인 코미야마의 무단 결석이 '위험한 알바'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유키오는 진상을 알기 위해 그의 집을 찾아간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갖가지 사건들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몇 가지 연결고리가 하나로 모아지면서 보이지 않는 사건의 실마리를 드러낸다. 이처럼 생각치 못한 음모와 위험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주는 후반부의 구성이 흥미를 이끌어내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일부 요소들은 작위적인 느낌이 없지 않았다. 예를 들어 위험에 처한 유키오에게 네 아버지가 tv 퀴즈쇼를 통해 수기신호를 보내는 모습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또한 톤다바야시가 좋아하는 한 야구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 뒤 풀빵을 파는 마스지의 아버지가 한 때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배경 설명이 나온다. 이 두 요소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갈등 해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네 아버지와 한 아들의 가족 이야기는 제법 흥미로웠다. 남들과 다른 네 아버지 속에서 자란 유키오가 점점 아버지들의 존재를 무겁게 느껴가는 과정을 통해 남자들의 끈끈한 가족애를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다. 또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의문들을 불어넣으면서 후반부를 통해 사건들을 정리해가는 스토리도 제법 흥미로웠다. 가볍게 읽기엔 제법 괜찮은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스노우맨
독거미
카테고리 소설 > 프랑스소설
지은이 티에리 종케 (마음산책,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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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미'란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작 'The Skin I Live In'이란 작품의 원작이란 점 때문이었다. 영화의 시놉시스를 우연히 알게 된 후 과연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한 마음이 들어 책을 읽었다. 200 여 페이지의 얇은 두께 덕도 있었지만 이야기 자체 흥미로움 덕분에 책을 하루 만에 읽고 말았다. 아쉬운 점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에 관한 내용을 알고 있어서 소설에서 숨기고 있는 이브의 정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그 사실만 모르고 있었다면 더욱 흥미롭게 책을 읽었을 것 같다.

'독거미'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별개의 인물들이 어떻게 한 사건과 관련이 되었는지 조금씩 연결되어 파국적인 결말로 나아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소설은 성형외과 의사인 리샤드의 저택 내부에서 시작된다. 저택 내부에 있는 빗장 걸린 방에 거주하는 한 여인의 등장 이후 소설은 리샤드와 이브의 기이한 동거를 묘사한다. 마치 매춘부를 다루는 포주처럼 약속을 주선하고 이브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남자들의 역겨운 행위를 지켜보는 리샤드의 행동은 새디스트적인 광기와 증오가 넘쳐 흐른다. 반면 이브는 리샤드를 자극하거나 도발하여 그의 분노를 유도하는 소극적인 저항을 하지만 그의 명령을 끝내 거부하지 못한다. 두 사람의 기묘한 관계는 여러 의문을 자아낸다. 과연 리샤드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브는 왜 저택에서 빠져나올 기회가 있음에도 그 곳을 벗어나지 못할까라고 말이다.

한편 소설은 리샤드의 일과를 다루면서 마치 끼어들듯이 구어체로 표현된 대화들을 통해 의문의 인물에게 납치된 뱅상이란 남자의 공포와 고통을 묘사한다. 마치 속삭이듯이 뱅상을 '너'라고 지칭하는 화자의 대화를 통해 소설은 뱅상이 어떻게 해서 의문의 남자에게 납치를 당하고 어떤 고문을 가해게 되었는지 시간 순으로 서술하고 있다. 먹잇감이 눈 앞에 있으면서도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뱅상이란 남자를 자기 멋대로 요리해대는 '미갈(독거미)'의 치밀한 복수의 방식은 서늘한 느낌을 준다.

그래도 너에게 주인은 '미갈'이었어. 독거미와 같았어. 은밀하게 슬금슬금 움직이고, 잔인하고 흉포하며, 강박적이면서도 자기 계획에 치밀하니까. 자기 소굴에, 이 호사스러운 거미줄에, 자신은 간수고 너는 죄수인 이 화려한 감옥에, 몇 달동안 너를 가두고 자신은 집 안 어디에 숨어 있으니까.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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