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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THE ROAD)(양장본) 상세보기
코맥 매카시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대재앙이 일어난 황폐한 지구에 살아남은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코맥 매카시의 장편소설『로드』. 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문명이 파괴되고 거의 모든 생명이 멸종한 무채색의 땅. 작가는 지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시적인 언어로 우리가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황폐함을 묘사하고 있다. 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작가인 코맥 맥카시의 작품인 '로드'는 세상이 불타버리고 탄 냄새가 진동하는 현실 속에서 남쪽을 향해 길을 떠나는 부자(父子)의 여정을 서술하고 있다. '로드'는 의문의 대재앙이 어떻게 해서 발생했는지에 대해 순차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부자의 여정 속에서 남자의 회상을 통해 대재앙에 대한 인상을 독자들에게 상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황폐화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의 일과를 묘사하면서 인물의 내면 심리를 서술하는 방식에서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와 비슷한 점이 많지만, '나는 전설이다'의 로버트 네빌에 비하면 '로드'의 부자는 더욱 힘든 환경 속에서 생존의 가시밭길을 걷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로버트 네빌은 비록 밤이 되면 적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고생하지만 낮에는 차를 타고 다니면서 황폐화된 식료품 가게에 들러 식량을 챙길 수 있는데 반해 '로드'의 부자는 남쪽을 향해 길을 걸으면서 식량을 얻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대재앙에서 살아남은 방랑자들이 먼저 약탈해 간 덕분에 부자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폐허가 된 집들을 뒤져가며 남아있는 과일이나 통조림을 찾아야 한다.

식량을 찾아다니는 과정 속에서 부자가 경계하는 가장 무서운 존재는 다름아닌 사람이다.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의 식량을 약탈하고 심지어는 같은 인간을 잡아먹는 인간들의 잔인성을 텍스트를 통해 목격하는 과정은 끔찍하면서도 탄식이 절로 나온다. 남자는 비상식량과 담요 등을 담은 카트를 움직이면서 자신들과 같은 인간들을 만나지 않기 위해 경계를 세운다. '나는 전설이다'의 로버트 네빌의 경우 홀로 살아가면서 자신과 같은 생명체를 만나길 기대했지만 '로드'속의 주인공인 남자에게 인간은 자신들의 식량을 빼앗아 가고 심지어 부자의 목숨을 해칠 수 있는 적과 같은 존재와도 같다. 두 발 밖에 남지 않은 총알이 든 총을 든 남자가 인간을 경계하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은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는 인간들의 긴장감이 묻어난다.

식량을 찾아다니는 과정 속에서 부자는 인간을 향한 관점 차이로 인해 대립하기도 한다. 대재앙 속에서 인간들의 잔인함을 목격한 아버지는 노인처럼 힘없는 자도 경계하지만 대재앙 후 태어난 아이는 인간의 잔인성을 여러 번 목격하지만 인간에 대한 친절함을 잊지 않는다. 아버지와 아들은 대립한 후 서로 말을 하지 않으며 냉랭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다시 길을 떠나면서 불편한 감정을 잊으며 방랑길을 떠난다. 죽어 있는 인간들이 행운일지도 모른다고 독백하는 남자가 그토록 생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바로 자신의 소중한 자신인 아들 때문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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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로드'는 여러 면에서 인상적인 장르소설이기는 하지만 '성서에 비견되었다'는 문구는 글쎄라는 생각이 든다.

ps2. '로드'는 현재 영화로 제작 중인데 imdb.com에 의하면 2008년 11월 말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배우들을 살펴보니 아버지 역에 비고 모텐슨, 그의 부인 역에 샤를리즈 테론이 캐스팅 되었다. 원작에서 부인은 남자의 회상에 몇 번 등장하는 정도로 극히 낮은 비중인데 부인 역에 샤를리즈 테론이 캐스팅된 점을 보면 원작과는 다르게 부인의 역할이 커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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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성(이난아 역) 상세보기
오르한 파묵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미스터리적인 긴박한 스토리와 풍성한 언어를 조화시키며 존재의 심오한 성으로 환상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 터키 유명 작가 오르한 파묵 신간. <혹서>, <새로운 인생>, <내 이름은 빨강> 등을 발표하며, 독창적이고 전위적인 세계를 열어가고 있는 작가가 이번 소설을 통해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펼쳐나간다. 배가 해적에게 습격당해 터키 술탄의 노예가 된 '나'. 거기서 뜻하지 않게 자신과 똑같은 모

베네치아 출신인 한 남자의 독백으로 서술되어 있는 '하얀 성'은 해적선에 납치된 이탈리아 인이 오스만 투르크에서 지낸 세월의 이야기 이다. 마치 배가 난파되어 일생을 조선에서 살아간 네덜란드 인 벨테브레 같은 남자의 이야기 같지만, '하얀 성'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서양인이 낯선 동양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을 진술하기 보다는 서양인이 오스만 투르크라는 생소한 공간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보는 듯한 남자를 만난 소감을 서술한다는 점이다. 즉, '하얀 성'은 도플갱어 같은 또 다른 자신을 오스만 투르크에서 만나게 되면서 그와 겪은 인생의 이야기를 진술하고 있다.

자신을 의사라고 속여 간신히 노예생활을 벗어난 주인공은 호자(선생을 의미하는 말)라는 터키인을 만나면서 그가 자신과 비슷한 외모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정작 호자라는 사람은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종교를 이슬람교로 개종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은 주인공은 목숨을 건진 대신 호자의 노예가 된다. 천체의 움직임 같은 과학에 관심이 많던 호자는 주인공에게 질문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고 한다. 하지만 향수병으로 고통받고 호자의 고상한 태도에 거부감을 느낀 주인공은 호자를 지배하기 위해 그의 성격을 조종한다. 호자는 호자대로 그를 자신의 의도대로 이용하기 위해 주인공을 괴롭히게 된다. 이처럼 두 인물의 갈등은 점점 고조되는데, 이같은 갈등은 자신의 자아 찾기라는 기묘한 행위를 통해 분출된다. 주인공은 호자에게 자신에 대한 글을 써 다른 사람과 다른 자신만의 자아의 정체성을 찾을 것을 충고하면서 자신에 대한 글을 쓸 것을 제안한다. 호자는 자신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정체성 찾기에 대한 분노로 자신이 쓴 글을 여러 차례 찢어낸다. 자아 찾기라는 행위를 통해 호자를 조종할 수 있다고 믿었던 주인공은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죽음을 두려워 하기 시작한다. 호자는 흑사병이 창궐하자 자신은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흑사병을 두려워 하는 주인공을 비웃는다. 호자는 주인공이 자아찾기 행위를 제안 했던 것처럼 자신의 반점을 이용해 주인공도 자신과 같이 죽음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그를 옷벗기고 같이 거울에 서서 서로의 몸을 훝어보게 한다.

서로의 자아 찾기 행위는 각각 자신의 권위를 확보하기 위한 행동이지만 이같은 행동들을 통해 그들은 점점 서로의 자아를 마치 자신의 것처럼 인식하게 된다. 서로 다른 사람이라고 여겼던 두 인물들은 마치 자신의 분신을 보는 것 같은 행동을 하면서 서로 협력하게 된다. 흑사병을 막기 위해 황제인 파디샤가 호자를 부르자 호자는 주인공과 함께 흑사병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호자는 황제에게 자신의 계획을 시와 그림으로 설명하는 동안, 주인공은 사망자의 지역별 추이를 분석하면서 흑사병 예방을 분석하면서 서로 협력한다. 결국 흑사병이 물러나자 수 년간 황제에게 자신의 과학적인 재능을 선보이길 희망하던 호자는 황실 점술가로 임명된다. 주인공은 멀리서 그의 성공을 바라보지만 호자의 성공을 마치 자신의 성공처럼 여기고 그와 같은 위치에 서서 같은 영광을 누리길 바라게 된다. 이같은 주인공의 열망은 파디샤의 꿈을 호자와 함께 해석하게 되면서 실현된다.

하지만 호자가 황실 점술가가 된 이후로 호자의 포부는 점점 실현되기 힘들게 된다. 오직 과학적인 지식에 대한 자부심만 있었지, 황제에 대한 아첨같은 정치감각이 전혀 없던 호자는 점점 황실에서 멀어져 간다. 반대로 우연한 계기로 파디샤의 눈에 띈 주인공은 파디샤의 총애를 얻으며 황실에 자주 출입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호자는 황실에서 멀어지게 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적들을 이길 수 있는 무기의 개발에 몰두하게 된다. 한편 주인공은 호자 대신 그의 자리를 대행하게 되면서 향략에 빠져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서로에게 공통점을 발견하고 같이 행동하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왔던 두 남자는 점점 자신들의 자아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결국 파디샤가 폴란드의 한 성을 침략하게 되자 호자는 자신이 만든 무기를 선보여 자신의 권위를 증명하려고 한다. 하지만 호자가 만든 무기는 전혀 실효성이 없는 무기이다.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던 호자는 슬라브 족 마을을 들르면서 자신이 했던 자아찾기 행위를 마을 사람들에게 강요한다. 그들에게 숨겨진 과거를 말하도록 윽박지르게 하던 호자는 이들로부터 아무런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그가 만들어낸 무기가 실전에 아무런 효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최후를 각오한 남자의 마지막 오기처럼 자신의 무기를 끌고 간다.

호자의 주인공의 꿈의 좌절은 파디샤가 점령하고자 하는 폴란드의 하얀 성으로 형상화 된다. 어떤 위협에도 끄떡없는 하얀 성의 모습은 결국 실현 불가능한 호자와 주인공의 꿈을 깨닫게 하는 장벽과 같은 것이다. 결국 무기의 효용을 증명하지 못한 호자는 죽음을 각오한 체 황제의 막사로 들어가고, 황제의 막사에서 나온 호자는 주인공의 물품과 자신의 물품을 교환하면서 서로의 인생을 교환하기로 결심한다. 호자는 주인공의 물품을 갖고 다른 세계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주인공은 호자의 자리를 대신해 황제의 측근이 된다. 세월이 흘러 주인공은 황제의 점술사 직에서 물러나 자신의 가정을 이룬 후 평온한 삶을 살아가게 되지만 자신의 또 다른 자아와도 같은 남자였던 호자를 그리워 한다. 노년이 된 주인공 앞에 나타난 한 남자와의 대화는 이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마도 한 때 호자였던 남자와 주인공의 재결합을 의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년의 주인공 앞에 나타난 여행객이 주인공이 쓴 회고록을 읽으며 서로의 감정을 재확인하는 과정은 마치 오래된 벗에게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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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상세보기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열린책들 펴냄
<개미>, <뇌>, <천사들의 제국>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 태양 에너지로 움직이는 거대한 우주 범선 '파피용'을 타고 1천 년간의 우주여행에 나선 14만 4천 명의 마지막 지구인들. 인간에 의해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새로운 희망의 별을 찾아 나서는 모험담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발명가 이브, 억만장자 맥 나마라, 생태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바이스, 항해 전문가 말로리 등 각계각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은 성경의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파피용이라는 우주 범선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책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태초에 물이 있었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파피용'은 마치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써내려간 역사서처럼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찾아내기 위해 우주 탐사대를 계획하게 되는 인물들이 우연히 만나면서 우주 범선을 개발하고 그들을 태운 파피용이 무려 1000여 년동안 탐사를 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전개 한다. 우주 범선을 만드는 계기도 참 독특한데 우주항공국에 근무하는 이브 크라메르라는 인물이 엘리자베스 멜로이라는 여성을 교통사고로 그녀를 불구로 만들게 되고, 엘리자베스에 대한 사죄에 대한 댓가로 일을 쉬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유산을 발견하게 된다. 애벌레의 껍질을 벗어 나비가 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토대로 '파피용'이라는 빛에너지를 이용한 범선을 개발해 우주를 여행한 다음 새로운 이상을 만든다는 어쩌면 다소 황당한 계획을 세운 이브는 폐암으로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가브리엘 맥나마라라는 억만장자를 만나게 되면서 현실화된다. 파피용이 점점 현실화되면서 이브는 교통사고의 희생자인 엘리자베스를 끌어들여 그녀에게 파피용의 조종을 맡기고 심리학자인 아드리앵을 통해 우주 범선 내에 지구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 1000여 년동안 인류가 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낸다.

천신만고 끝에 지구를 떠나게 된 14만 여명의 인구와 행성 탐사 계획을 이끈 이브, 엘리자베스, 맥나마라, 아드리앵 등은 우주선 내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1200년 후 남은 인류가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기까지 우주선 내에선 새로운 인간세상이 형성된다. 폭력과 살육, 환경오염 등으로 얼룩져 파괴되어가는 지구의 절차를 밟지 않기 위해 우주선의 계획자들은 개미 사회의 원리를 받아들여 사유재산이 없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브가 계획한 이상형의 사회는 무너져 내린다. 지구 1세대가 죽고 나서 새로운 인류들이 태어나면서 그들은 점점 인간 내에 숨겨져 있는 폭력성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패를 나누며 상대방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1200여 년 동안 평화와 폭력이 반복되면서 이브가 예측한 생명체가 살만한 행성을 발견하기까지 파피용 속에 남아있는 인구는 고작 6명이 남게 된다.

6명의 인간들 중 유일한 여성인 엘리자베트와 그녀가 선택한 아드리앵이 행성에 도착하면서 겪는 과정은 창세기와 다윈의 진화론 속에서 등장하는 인류의 탄생과 유사하다. 공룡이 타 행성에서 온 인류의 바이러스로 인해 멸종하는 모습, 아드리앵이 엘리자베트와 결합해 새로운 대를 이으려 했지만 배려심이 부족한 아드리앵 때문에 갈라진 엘리자베트가 뱀으로 인해 죽음을 겪는 모습, 아드리앵이 자신의 갈비뼈를 뽑아 유전공학으로 창세기의 이브를 연상시키는 에야를 탄생시키는 모습이 흥미롭다. 결국 이브 크라메르가 계획한 행성탐사의 과정은 또 하나의 지구 탄생의 배경이 된 것이다.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는 없다'는 마지막 메시지는 탈출만을 꿈꾸며 현실을 외면하는 인간들에게 참여를 요구하는 저자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또한 마지막 메시지는 항상 새로운 것을 꿈꾸지만 결국 처음으로 되돌아 오는 악순환을 버리고 제대로 새로운 시작을 할 것을 바라는 의미로도 해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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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실 비치에서(양장본) 상세보기
이언 매큐언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어톤먼트' 원작자 이언 매큐언의 최신작! 타임스 선정 2007년 올해의 책! 영화 '어톤먼트'의 원작자 이언 매큐언의 최신 장편소설. 196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젊은 신혼부부의 성과 사랑을 담담하면서도 밀도 깊게 그려내고 있다. 프리섹스와 록음악, 자유로운 삶의 방식이 세계를 휩쓴 해방의 시대를 바로 목전에 둔 시절, 자유로워지길 갈망하지만 아직 보수적인 의식을 벗어던지지 못한 젊은 남녀가 첫날밤에 직면한 성

'체실 비치에서'는 결혼 후 첫날 밤을 보내기 위해 호텔에 머물고 있는 두 남녀의 심리를 첫날 밤의 모습과 과거 두 남녀의 사랑을 오가며 서술하고 있다. 소설은 주로 젊은 두 남녀가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기 위해 두 남녀가 서로 내면 속에서 벌이는 갈등을 그리고 있지만, 이 두 명의 남녀의 갈등은 1960년 대의 영국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보수적인 분위기 대신 진보적인 물결이 들어오는 세대 속에서 산 두 남녀는 보수적인 부모와 가정의 굴레를 결혼을 통해 해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들의 결혼은 새로운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셈이다.

하지만 60년대 당시 보수적인 성에 대한 관념은 두 명의 사랑을 파탄으로 몰아넣는다. 에드워드는 결혼을 통해 드디어 육체적인 결합을 할 수 있다는 기쁨에 긴장된 상태 속에서 플로렌스와 사랑을 나누기 위해 초조해 하고 고민한다. 반대로 플로렌스는 에드워드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육체적인 결합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감을 갖고 있었다. 요즘도 이런 고민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데 60년 대의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플로렌스에게 이런 고민을 쉽게 털어놓을 곳은 아무 곳도 없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의존하는 것은 성생활을 글로 서술한 책뿐인 것이다. 결국 에드워드와 플로렌스의 첫 사랑의 시도는 실패하고 만다. 플로렌스는 처음보는 남자의 정액에 거부감을 느끼고 베개를 집어 몸에 떨어진 정액을 닦아내고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해변가로 빠져나오게 된다. 에드워드는 플로렌스가 서둘러 정액을 닦아내는 모습을 보고 그것이 자신에 대한 혐오감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에드워드는 호텔을 나와 해변에 있는 플로렌스를 보고 그녀에게 화를 낸다. 플로렌스는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고백하고 에드워드에게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을 요청하지만 그는 플로렌스가 자신을 속이고 이용했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녀를 석녀라고 모욕하고 분노한다. 결국 해변가를 떠나는 플로렌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에드워드는 그녀를 평생동안 보지 않는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소망이었던 역사서 집필도 이루어 내지 못하고 남은 인생을 안일하게 보낸다. 세월이 흐른 후 에드워드는 플로렌스의 고백이 자신을 모욕하는 것이 아닌 자기 희생적인 사랑이란 것을 뒤늦게 깨닫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체실 비치를 달려가는 플로렌스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그의 마지막 추억만이 에드워드에게 남아있을 뿐이다.  

'... 체실비치에서 그는 큰 소리로 플로렌스를 부를 수도 있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갈 수 있었다. 그는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 결코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는 구원의 음성이었을 것이고, 그 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을 거라는 사실을...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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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손톱 상세보기
빌 S. 밸린저 지음 | 북스피어 펴냄
그는 살인범에게 복수했다! 마술사 주인공이 벌이는 예측 못할 3단계 서스펜스 복수극. '서스펜스의 마술사'로 불렸던 빌 밸린저의 대표작으로, 20세기 미국 최고의 서스펜스 걸작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소설은 루의 이야기와 알 수 없는 사건을 다루는 법정에서의 공방이 번갈아 전개되어 나간다. 서커스단과 함께 이동하며 그럭저럭 생계를 이어가던 주인공 루의 앞에 한 아가씨가 나타난다. 루는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고 결

'이와 손톱'은 두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홀수 챕터에서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두고 한 남자의 유죄를 결정짓기 위해 검사와 변호사가 서로의 논리를 서술하고 있고 짝수 챕터에서는 마술사로 일생을 살아온 한 남자가 의문의 여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인생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홀수 챕터 속에서 서술되는 의문의 살인사건은 피고인이 자신의 운전사이자 집사인 아이샴 레딕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아이샴 레딕의 시체는 보일러에 불타 재만 남은 상태이고 그의 신체 부분 중 남은 것은 그의 치아와 손가락이었다. 하지만 이 살인사건은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우선 피고인(책의 말미에서야 피고인의 정체가 드러난다.)은 살해현장이 발견될 당시 자신의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는 상태였고 변호사의 반론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현장 속에서 발견된 증거들도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짝수 챕터는 루이스 몬타나라는 마술사가 한 여자를 만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우연히 돈이 없어 곤경에 처한 탤리 쇼라는 여자를 도와주면서 루는 탤리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평생을 살아가는 부부가 된다. 하지만 텔리는 의문스러운 점이 많은 점이 많은 여자이다. 과연 이 여자는 무슨 비밀을 갖고 있는 것일까.

겉으로 보기에 두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야기를 시간 순으로 전개시키지 않고 마치 두 이야기가 동시에 벌어지는 듯한 착각을 주듯이 치밀하게 두 이야기를 전개시켜 두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의문의 살인사건의 정체와 사건의 동기를 밝혀낸다. 새로 나온 한국어판은 결말을 봉인하다는 특징을 살리기 위해 검은 종이로 책의 마지막 결말 부분을 감싸고 있는데 차근히 읽으면서 마지막 결말 부분을 뜯으면서 사건의 동기와 과정을 알게 되는 쾌감을 제공한다. 책의 겉표지는 이 책을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과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과 같은 급으로 비교를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와 손톱'은 두 추리소설에 비하면 결말이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그래서 실망스러운 감도 없지 않지만 독자의 호기심의 맥을 끊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속도감있게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과정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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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문도스 - 8점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황금가지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은 '그로테스코'와 '아임 소리 마마' 두 권 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두 권을 읽고 느낀 점은 여성의 내면, 특히 악의(惡意)가 인상적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악의로 인해 사건의 행방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고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는 점이 두 소설에서 받은 인상이었다.

'암보스 문도스'는 앞에서 언급한 특성이 잘 드러난 단편소설집이라고 생각한다. 단편소설이라는 특성상 이야기의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한체 끝이 마무리 되는 글도 있고,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글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편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내면의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들을 깔보는 듯한 주변 사람들과 가족, 그리고 사회나 가족 속의 우월적인 남성에게 순응하는 듯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그들을 향한 악의가 넘치는 단편소설들의 주인공들의 심리가 소설 속에서 잘 드러나는 점이 특징이다.  

그 중 마음에 드는 글은 '식림'과 '암보스 문도스'였다. '식림'의 주인공인 미야모토 마키는 '그로테스크'의 주인공과 비슷한 내면을 갖고 있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 컴플렉스를 가진 탓에 주변 사람들에게 위압되고 전문대를 졸업하고도 남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떳떳하게 일하지 못하고 파트타임 근무를 하는 탓에 가족들에게 구박을 당한다. 게다가 자신의 오빠 부부 덕분에 그 집에서도 언젠가 나가야 할지도 모르는 불안한 위치는 미야모토의 초조한 심리를 현실감 있게 불어넣는다. 재미있는 것은 아르바이트 근무 중에 우연히 TV를 보고 난 후 미야모토의 행동이 180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TV에서 나온 미해결 범죄사건의 용의자인 남자와 여자를 어린 시절에 우연히 만났다는 기억을 되살린 미야모토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후 자신감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자신보다 키가 크고 외모가 우월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주눅이 들던 아르바이트 생들을 압도하고 일에도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자신감을 되살리게 된 미야모토는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는 동창회에 나가서 어린 시절 자신을 괴롭힌 동창들을 혼쭐내주지만 동창들의 말을 듣고 어린 시절에 있었던 사건의 전말을 깨닫게 된다. 자신감을 얻었던 미야모토는 어린 시절 그녀를 이뻐해주었던 스즈키의 악의를 깨닫고 절망하게 된다. 재미있는 건 그 다음인데 스즈키가 자신에게 했던 악의의 표출을 조카를 괴롭힌 히로유키라는 아이에게 되풀이한다는 점이다. 악의가 또 다른 악의를 낳는 악순환의 행동이 인상적이었던 소설이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암보스 문도스'는 인간의 악의로 인해 파국을 낳는 과정을 잘 그려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암보스 문도스'는 하마사키라는 여성이 소설가인 독자에게 말하듯이 대화체로 구성된 글이다. '그로테스크'의 주인공이 자신의 생각을 담아 독자에게 전달하듯, '암보스 문도스'의 주인공도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독자에게 설명하고 자신의 심리를 솔직하게 고백하듯이 전개시킨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하마사키는 한 때 초등학교 교사를 지내면서 교감 이케베와 불륜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몰래 쿠바로 여행을 떠나게 되지만 예기치 않은 사건이 그들을 파국으로 몰아 넣는다. 그들이 여행을 간 동안 하마사키의 반 아이인 사유리가 산에서 떨어져 사망하고 만 것이다. 하마사키와 이케베가 쿠바에서 돌아오자 마자 그들의 관계는 들통이 나고 결국 이케베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하지만 사유리의 죽음은 단순히 사고로 보기에는 수상쩍은 면이 있다. 사유리와 함께 산으로 길을 떠난 아이들 중 두 명은 서로 앙숙인 사이이기 때문이다. 하마사키는 진실을 알고자 아이들을 추궁하지만 마치 짜여진 각본을 읽듯 되풀이 하는 아이들의 진술은 결국 진실을 덮고 만다. 결국 사유리의 죽음의 원인은 드러나지 않지만 하마사키가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서술하면서 이 사고가 아이들의 악의에서 비롯된 끔찍한 비극임을 암시하며 마무리 된다. 아이들의 집요한 악의와 하마사키의 철없는 행동이 만들어낸 비극이 정말 마음에 든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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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화로 마스터하는 2차세계대전 - 6점
이동훈 지음/가람기획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고 신간코너를 둘러보다 우연히 꽂혀 있는 이 책을 발견했다. 전쟁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호기심을 끄는 책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의 제목대로 전쟁영화를 통해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역사적 사실과 무기의 고증 등이 설명되어 있었다. 재미있는 건 책의 부제목이 유럽전선이라고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시리즈 별로 아프리카 전선, 태평양 전선이 따로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럽에 있었던 있었던 전투를 그린 영화를 시대 순에 어느 정도 맞게 설명하고 있는데 2차 대전에 대해 전혀 무지한 나같은 사람에게는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어서 기뻤다. 예를 들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나오는 오마하 해변에서의 상륙 후 연합군이 손쉽게 서부전선을 돌파한 줄 알았는데 '머나먼 다리'나 '벌지 대전투' 같은 영화를 통해 연합군이 상륙 후에도 독일군의 저항에 엄청난 고생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특히 나치의 유대인 학살 당시 왜 유대인은 나치에게 저항하지 않았는지 궁금했었는데 '업라이징'이라는 영화를 통해 실제로 폴란드에서 나치에게 유대인들이 저항을 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건 2차 대전 종전 후를 그린 영화 두 편을 소개했다는 점이다. 윌리엄 와일러의 '우리 생애 최고의 해'와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독일 영년'이라는 영화였는데 책에 소개된 글을 읽어보고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단점도 있는데 우선 영화를 텍스트로 설명하면서 역사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영화의 스포일러가 노출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영화 속 등장하는 전투의 전황과 과정은 영화를 보는데 크게 도움은 되겠지만 그래도 영화의 결말까지 그대로 노출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의 정확도와 무기의 고증 정도를 설명함으로써 영화의 재현도를 설명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만 2차 대전사(史)에 대해 빠삭하거나 밀리터리 무기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사람에게는 수박 겉햝기 정도의 분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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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 10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시아출판사

형사 근무 중 사고로 다리를 다쳐 휴직 중인 혼마 슌스케는 우연히 먼 친척인 구리자카 가즈야의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그의 부탁은 행방불명된 세키네 쇼코라는 여자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가즈야의 약혼녀였던 쇼코가 사라지게 된 계기는 그녀의 비밀 때문이었다. 신용카드가 없어 불편해 보이던 쇼코를 위해 은행원인 가즈야가 카드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다름아닌 개인파산자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이후로 그녀는 소리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가즈야의 부탁으로 쇼코의 행방을 찾기로 한 혼마는 그녀가 파산 신청한 법률사무소를 찾아가 그녀의 인적사항을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혼마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내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는 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 문제와 개인파산으로 인해 희생당한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그리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는 신용불량자의 문제를 단지 개인만의 문제를 두지 않고 다양한 면에서 신용불량자를 조명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낸 트럭 운전사가 있다고 한다면 나같은 경우는 아무 생각없이 사고를 낸 트럭 운전사를 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교통 사고의 원인을 단지 개인의 실책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 트럭 운전사가 교통사고를 낼 당시 도로가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사고를 낼 만큼 트럭 운전사를 정신없게 운전하도록 재촉한 고용주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용카드로 인한 문제는 개인의 과실만으로 문제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런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 신용불량자 문제에서 개인의 과실보다는 외로운 인간의 심리에 주목한다.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신용카드의 편리함을 안 후 신용카드를 쓰면 비참했던 인생도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는 행복한 상상이 신용불량자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화차'에 등장하는 신용불량자들은 그래서 한심해 보이기는 커녕 쓸쓸하고 안타까워 보인다. 개인파산제도로 가까스로 지옥의 수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인간의 모습은 후회로 가득차 있다. 또한 빛을 독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한줌의 재로 사라지고 심지어 카드 빛이라는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기 위해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죽길 바라는 아이러니는 정말 쓸쓸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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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 10점
기시 유스케 지음/창해

보험사정(査定) 업무를 맡고 있는 신지는 자신을 찾는다는 고객의 전화를 받고 어느 집에 도착하게 된다.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는 지독한 냄새와 그로테스크한 모습의 검은 집에 도착한 그는 전화를 건 당사자인 고모다를 만난다. 기름이 묻은 왼쪽 장갑은 벗지 않은 체 손님을 맞이하는 고모다의 도저히 알 수 없는 정적인 검은 눈을 본 순간 신지는 속으로 불안감을 느낀다. 검은 집으로 들어가자 고모다는 그의 아들인 가즈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아이를 부르지만 대답을 하지 않는다. 가즈야의 방문을 열어 그를 불러달라는 고모다의 요청에 신지는 가즈야의 방문을 연다. 그순간, 그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가즈야란 아이는 목을 맨 체 숨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더욱 놀란 건 가즈야의 시체가 아니었다. 그가 정말로 놀란 것은 가즈야의 시체를 보고 아무 감정을 보이지 않다가 신지의 반응을 본 순간 어색하게 가즈야를 부르는 고모다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신지는 그의 모습을 보고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라고 확신하게 되는데...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은 사이코패스라는 유형의 범죄자를 다루고 있는데, 보험을 이용해 가짜로 몸의 일부를 다치게 하거나 심지어 사람을 죽여 보험금을 타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일컫는 모럴 리스크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사이코패스의 집요하면서도 공포적인 면을 보여준다. 인간의 마음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는다는 사이코패스의 유형인 고모다와 나중에 밝혀지는 그 분(?)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사람들을 해쳐대는 인정사정없는 모습은 섬뜩한 느낌이 든다. 또한 '검은 집'은 신지의 원죄적 의식을 통해 사이코패스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한다. 어릴 때 발생한 형의 자살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신지의 원죄적 의식과 자신이 사이코패스를 만나면서 느낀 감정이 꿈에서 거미의 이미지로 형상화되는데, 이러한 심리적인 압박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검은 집'의 미덕은 단순히 공포적인 사이코패스의 집요한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는데 있다. 심리학자인 가나이시의 냉소적인 태도와 이와 대조적인 메구미의 태도는 사이코패스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이 담겨 있다. 열성인 종자를 없애 종족의 안정을 취하는 늑대를 비유하면서 아무런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사람을 해치는 사이코패스를 없어져야 할 사회적 산물로 보는 가나이시의 태도는 얼핏보면 그럴싸한 논리이다. 하지만 에필로그에서 말하는 메구미의 대사는 가나이시의 염세적인 태도를 비난한다. 사이코패스라는 범죄인도 결국은 유전적인 요인이 아닌 가나이시나 메구미의 부모처럼 염세적으로 인간을 대하는 우리들 자신이 만들어낸 산물이 아닐까. 검은 집의 수수께끼가 풀리고 사건이 해결되었지만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등장한 또 다른 손님을 향해 나아가는 신지의 모습은 아직도 또 다른 검은 집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결말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결말을 단지 우울하다고 표현할 수도 없을 것이다. 메구미의 말처럼 결국 검은 집을 하얗게 만드는 것도 우리들 자신의 긍정적인 사고에 달려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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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커리어블로그에서 <소통>을 받았을 때 거의 당첨경력이 없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 또 당첨됐다. 커리어블로그 불판을 떼어내서 못 받을 줄 알았는데 방명록에 당첨되었다고 글까지 남겨주셨다. 당첨기념으로 이번에 바꾼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책 제목이 <인터넷 권력 전쟁>인데 옛날 서태지 앨범의 <인터넷 전쟁>이란 곡이 생각난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개방과 국가로 대표되는 폐쇄가 맞붙는 사례를 담은 책인 것 같은데 경영서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커리어블로그 덕에 책 두 권이 공짜로 생겨서 매우 기쁘다. 좋은 책을 증정해 주신 커리어블로그 담당자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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